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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됐던 '한식체험센터'가 어떻게 되살아났을까

analysis

'효용성 논란, 한식종합체험센터 건립 안 한다' 했는데

1년 만에 슬그머니 살아난 '한식문화관'

한식재단, '꿈'은 이루어졌나... 아니면 절반의 성공?  


오늘은 오랜만에 제가 오래전 취재하던 내용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해보고자 합니다. 필드에서 떠나 있어 잠시 잊고 지내던 이야기인데요. 당시 전문가로서 귀한 의견을 주셨던 황교익 선생님을 TV에서 종종 봬니, 이때 기사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가 쓴 기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2014년 3월 30일자에 쓴 내용인데요. 


400억 퍼부으려는 한식 체험관, 전문가 평가는 "탁상공론"


간략하게 말하면, 2012년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던 김기현 현 울산시장이 발의한 '한식 진흥에 관한 법률안'에 400억 가까운 예산이 드는 '한식종합체험시설'을 짓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더란 것이었습니다. 법률안이 통과 되기 전이었지만, 당시 한식재단에선 이 시설을 짓기 위해 땅을 기증받는다는 공고까지 낸 상태였죠. 그런데 그 체험시설이라는 것이 말그대로 '만두도 빚어보고 한과도 만들어보고 2천석 한식 뷔페도 있는 다양한 한식 체험관'이었던 건데요. 우리가, 일본에 가서 로컬 음식 먹어보고 싶다고 (존재하지도 않지만) '일식체험관' 따위에 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봐도 참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죠.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식의 발상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뭐 이때 당시 스토리를 따져보자면, MB때 이른바 '영부인 프로젝트'라 불리며 문체부, 외교부까지 달라붙어 '한식 세계화'에 몰두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한식 대신 k-푸드로 간다"는 말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그정도로 한식에 대해선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움직임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법안은 꽤 진행이 될 법 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한 달쯤 뒤인 2014년 5월 4일, 이런 소식을 받게 됩니다. 


효용성 논란 '한식종합체험센터' 건립 안 한다


이때가 세월호 참사 직후라 꽤 정신이 없던 시기였는데, 갑자기 관계자가 전화왔던가...해서는 "정부가 이 사업 추진하랬다"며 상당한 항의를 해 왔지요.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농림부 만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보다 더한 곳(!)에서 오더(!!)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기타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가 어렴풋이 기억은 납니다만, 이것은 오프더레코드로 해 두고. 암튼, 당시 즈음에 취임한 한식재단 이사장이 굉장한 열의로 진행한 사업이었고, 또 aT센터 몇 층인가에 사무실만 유지하던 한식재단 입장에선 꽤나 공을 들이던 부분이었던 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굳건하게 '탁상공론식 비판여론을 의식한다'던 정부가, 결국에는 한식문화관을 지어내고야 맙니다! 약 2년 뒤인 2016년 4월 11일에 개장을 한 것이지요. 


한식문화, 한국관광 거점 '케이스타일허브' 개장


물론, 한국관광 정보가 주긴 하지만, 3~5층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운영하는 한식문화관으로 구성됐죠. 이때 그 유명한 송중기와 강모연...아니, 박근혜 대통령의 만남 사진이 대거 출력됩니다! 


(위 링크에 삽입된 연합뉴스 사진좀 쓸게요) 


이 한식문화관은, 제가 뭐 딱히 가보진 않았습니다만 내용적으론 한식문화 전시-체험-구매가 가능한(?!?!) 곳이라고 합니다. 


자, 이 한식문화관이 담겨있는 '케이스타일허브', 요즘 뉴스 많이 본 분들이라면 익숙하실텐데요. 바로 차은택이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곳입니다. 음, 이 건물은 원래 한국관광공사 사옥이었는데, 공사가 원주로 이주하면서 빈 공간이 됐고, 2014년에 이 건물에 대해 리모델링 예산 26억원이 책정된 상태였죠. 2015년 4월, 문체부는 그로부터 두 달 전 박 대통령이 한 말(문화창조융합벨트 잘 좀 하려면 지원좀 해줘라-라는 내용)을 토대로 여기에 케이스타일허브 라는 것을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6월엔 기재부에 26억원이던 예산을 125억원 올려 151억원으로 확대 신청하고요. 그리고 기재부는 하루만에 오케이 사인을 내립니다. 2015년 4월부터 일 년 동안 차은택이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단장 및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겸직하며 영향력을 행사했고, 한식문화시설 조성 사업을 위해 용역을 체결하기에 이릅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보도자료 내용입니다. 

 [보도자료]차은택의 문화창조벤처단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혹덩어리.hwp

오마이뉴스 2016-09-27 박근혜-송중기 만남도 미르재단 관계 있다? 


그리고 이 한식문화관 개관 며칠 뒤 치러진 에콜페랑디 어쩌고 하는 프랑스식과 한식의 융합 요리 교육... 이라는 뭐 이런 거 관련해서 미르재단이 중심에 있었다는 내용은 이미 익숙하실 겁니다. (심지어 기시감까지 들 지경... 너무 연루된 게 많아서)  

시사인 2016-11-30 한식 세계화에도 미르재단 검은 손이 


아, 그래서 그 한식문화관이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관련 국감자료가 마침 있더군요.

아경 2016-09-29 [2016 국감] 한식문화관 비빔밥 체험 참가비 5만원 넘어 


위 기사를 보면 개관이후 13만명쯤 되는 관광객이 찾았다는데, 한식전시관 4만3천여명, 한식체험관 6만8천여명, 아트마켓관 4만5천여명... 저... 이 전시관을 따로 떼어서 계산하면 어떡하나요... 중복인원 있는 것 아닌지??;;; 흠, 이건 확인이 안 되는군요. 


지난 정부의 산물이나 다름없던 한식재단이 '한식'아닌 'K-푸드' 분위기까지 도는 마당에 예산까지 깎이며 여러모로 고생 많았을텐데. (더구나 K-밀 사업이라는 것은 미르재단에 밀렸다는 기사까지 나왔지요!) 그래도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았던 한식체험센터는 이렇게 '건물을 새로 올려 짓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딘가에(그것도 금싸라기 광화문땅에!) 실현시키고야 맙니다. 와, 정말 감탄했습니다. 역시 간절하면 우주가 도와주는 것인가... 이런 생각도 했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 폐기 오더를 내렸다는 정부는 어떻게 일 년여 만에 '한식문화관? 추진ㄱㄱ'라고 할 수 있는지 그 세계관이 참으로 알쏭달쏭합니다. 몰랐다고 하기엔 vip 본인이 송중기랑 같이 가서 약과도 만드시고... 


기왕 지었으니 성공적으로 잘 운영하시길. 한 번 놀러가봐야겠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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