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 seberia

6년 동안 13만km 뛴 기념으로 숫자 분석...

play with data

그러니까 2015년 9월, 대학원 들어오면서 차를 샀는데 (이때 뭐가 많이 겹쳐 있었다. 지방으로 이사도 앞두고 있었고.) 그 차를 탄 지 어언 6년을 채웠고, 차에 던져 둔 주유소 영수증도 치울 겸,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입력/정제/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왜냐면 오늘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학교 나왔으니까!) #아_벌써부터_tmi라_지친다 #스압

참고로, 내 차는 프리우스V이고, 이에 대한 연비분석은 무려 2016년에 '차 산 지 1년 됐다'며 기념으로다가 한 차례 한 적이 있다. 

https://seberia.tistory.com/27?category=876171 

 

[내차연비] 프리우스v 연비 분석

가성비와 환경, 환경을 생각하는 것만 같은 도회적인 이미지를 중시(...)하는 필자는 지난해 9월 인생 두 번째 차로 도요타 프리우스 V모델을 구입했다. 첫 번째 차던 아반떼md gdi(2011년식)는 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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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래저래 세월은 흘렀고 나는 어쩌다보니 박사과정에 들어와있으며... (슬픈 얘기는 생략) 아,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면, 물리적으로 낯선 지역에서 벗어나 다시 고향 땅으로 진입했다는 것 정도. (물론 그 세베리아는 더이상 세베리아가 아닌 엄청난 도시가 되었다만! 정말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그 사이에 통계학계를 강타하는 엄청날 정도의 발전이 있었다거나, 내 개인적인 지적 능력의 향상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ㅎㅎㅎ 암튼 쌓인 데이터만 가지고 살짝 보자면, 다음과 같이 세 개의 테마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1. 코로나 시기는 정말 차 타고 돌아다니기 좋은 시기였구나 (네?)...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하는 얘기지만, 기름값 때문입니다. 
2. 예상 외로,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리터당 연비가 크게 줄지 않는 구나... (하이브리드라...? 아니면 나의 순해진 운전 습관 덕?)
3. 휘발유 -> 하이브리드로 과연 나는 뽕을 뽑았 이득을 봤는가? 

 

1번. 가장 기본 분석부터 시작하자면, 코로나 첫 해 기름값은 정말 저렴했다

영수증 정리하면서도 느낀거지만, 4만원 돈으로 30리터는 충분히 넣는 행태가 이어졌다. 물론, 돌아다닌 거리는 전후년도에 비해 뜸했다. 2020년엔 1만2천킬로를 탔고, 그 전까지는 기본 2만킬로를 훌쩍 넘겼다. 빈도도 적었지만, 일단 서울로 이사오면서 이동거리가 확실히 줄어든 것도 맞음... 

2015년 10월 5일부터 2021년 6월 28일까지 (이후 기록은 못 모으는 중. 죄다 전자영수증화...ㅠ) 총 252회 주유를 했고, 

그동안 쓴 주유비는 1천19만4206원이다. 즉 1천만원 넘겼다! 

일반적으로 주유할 때는 4만원씩 넣었고, 평균 28리터 정도 들어갔다. 

 

그럼 연도별로 리터당 가격을 보면, 아래와 같다. 걍 평균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1446.87원 1348.25원 1456.87원 1563.60원 1432.76원 1376.79원 1510.33원

코로나 첫 해에, 많은 뉴스에서 유가 하락을 팡팡 때리던 것이 새삼 실감이 나는데(그래서 유가 관련 펀드가..), 이런 와중에 2016년엔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서 찾아보니, 아... 정말 세상은 돌고 도는구나 싶었다. 5년 주기설 이런 건가 싶어 찾아보니 "2011년 이집트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중동으로 번져나가면서 국제유가는 사상 최고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정세 불안 및 공급 차질이 계속되면서 2011년 연평균 111달러, 2012년 112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라는 연합뉴스 검색 결과가.... (딱히 주기적으로 도는 건 아닌 걸로...) 

조선비즈 2020.3월 기사. 이미지 누르면 링크로 연결.

 

2번.  오래 타고 많이 탈수록 연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님?

으음, 아직은 아님. 일단 아래 그래프는 리터당 몇 km 타는지, 즉 연비 추이를 쭉 나열한 것이다. 21년 중간에 뭔일이 있어서 연비가 6을 찍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입력 오류 같은 것일듯?) 대부분은 13~25 사이에 들어와 있다. 추세선을 봐도 딱~히 떨어지는 느낌이 아니어서 숫자로 봤다.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18.12 18.29 17.51 18.00 18.41 17.25 17.06

음, 20년 이후로 17대를 기록하는 것이 쪼곰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익스트림하게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참고로 2019년 말에 (돈이 없어서 저렴한ㅠㅠ)타이어로 교체를 한 바 있다. 그 이후 타면서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연비가 좀 떨어지네, 싶었는데, 아마 그 영향도 없지 않아 있을 듯.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올 수는 없는 상황이라!)

하지만 대부분 17~18 레인지에 들어와있고, 이는 2016년 1월, 프리우스v의 공식복합연비로 발표된 17.9km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호오... 믿을만하군) 과연 몇 년 더 탈 수 있을지는 데이터가 더 많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더해, 분명 내 운전습관도 순한맛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은은한 생각을 해본다.

3번. 그래서 하이브리드는 과연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 줬는가? 

지형 지물과 바다 건너는 거 이런 건 다 제외하고 단순히 숫자로만 하는 말이다만, 지구 둘레(4만km)를 세 바퀴 도는 데 드는 기름값이 천 만원... 하이브리드라 그런가보다.... 싶어서 정말 '내가 만일 다른 종류의 차량을 탔다면?'을 한 번 계산해 봤다. 

이게 우리끼리는 가성비 분석이라고 하는데, 차량을 살 때 대략 3800만원(2015년 9월 기준)정도 들었고, 보험료가 대략 연간 80만원 정도 들고, 자동차세도 30만원 정도 내는 듯? 간간이 점검도 하고, 엔진오일도 갈고 했지만 딱히 큰 사고나 수리는 없었고, 통상적으로 몇 킬로 타면 타이어 교체하고, 브레이크패드 바꾸고 하는 것은 다른 차량과 다르지 않을 듯. 보험료와 자동차세 등등에서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과연 '얼마나 타야 뽕을 뽑는가'를 단순 계산해봤다. 정말 단순하게 연비만 넣어서. 

기준은 내 첫 차인 아방이! 우리 아방이는 1800만원 정도 주고 샀던 기억이 나고, 연비는 8km/l 정도였다. 초보였던 내 운전 습관의 문제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차를 계속 탔다고 가정하고(걍 대충 때려넣어서 비슷한 기간 탔다고 치고) 그 차 역시 연비가 안 떨어졌다고 계산하면..

13만 km에 대해, 지난 6년간 리터당 평균 가격이 1441.87원임을 감안해 계산하면

====> 같은 거리를 달렸을 때 2343만387원이 나온다. 즉, 1323만6181원을 아낀 것! 

........ 차값 차이가 아직 더 크구나 ㅎㅎㅎㅎㅎ 언제쯤 2천만원을 아끼는 그날이 오려나 ㅎㅎㅎ 

여기에 더 분석을 보탠다면, 나중엔 탄소배출량 이런 것까지 계산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얼핏 든다. 귀찮으니 패스..

 

암튼 결론은, 

 

13만 킬로미터 탔지만 아직 연비가 익스트림하게 떨어지진 않았고, 아직도 하이브리드로 바꾼 것에 대한 가격(즉 가성비)에서의 논리구조를 만들기에는 차를 좀 더 많이 타야할 것 같으며 (ㅋㅋ), 운세에 역마살 비슷한 것(지살)이 있는 것에 대한 데이터 근거를 마련한 것 같다는 깊은 깨달음... 

ㅎㅎ 아, 이제 후련하게 세이 굿바이 하자, 영수증들아. 요즘은 주유소에서 제로페이 쓰니까 영수증도 안 줘서 더 이상 못 적고 있다.

데이터 정리하면서 몇 가지 발견한 것도 있다. 세베리아에서 세차를 정말 너무 친절하게 해 주셔서 마지막으로 일부러 들러 기름 넣고 온 주유소의 영수증(2020.2.10)도 새삼 반가웠고, 닷새 간격으로 3-4만원씩 넣은 흔적들은 내가 길에서 보낸 시간들을 역력히 보여주는 느낌. 마포랑 양재동은 정말 기름값이 비싸구나, 그래서 나는 정말 최소 금액만 급히 주유했구나, 주로 나는 만남의광장 주유소(경부선)와 하남 만남의광장(중부고속도로) 주유소를 자주 이용했고, 세베리아 가던 시절에는 어찌나 망향휴게소와 입장휴게소를 자주 들렀던지, 그 동네 호두과자 향이 지금도 느껴질 지경. 지금은 연구실이 이사를 가서 더이상 들르지 않는 동수원 초입 주유소의 가격을 매번 매의 눈으로 지켜봤던 기억, 낙성대역 앞 주유소의 가파른 세차 터널에 대한 인상, 아, 이 시기에 내가 남해여행을 했구나, 이건 캠핑 갈 때 들른 주유소겠지? 라고 떠올리게 해주는 수십장의 한 뼘 짜리 환경호르몬 유발 종잇조각들을 오늘에야 모두 처분한다! 안녕 얘들아!! 

아 진짜 너무 많... 이걸 대충 쑤셔넣고 지낸 지난 세월... 차님께 죄송...
이렇게 영수증 상단에 늘 현재의 누적 km를 적어두었다. 주유구 뽑자마자 정말 칼같이 펜 뽑아서 숫자 적고 호다닥 출발하는 게 습관이 되었더라는!

그나저나, 기록병을 버리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ㅎㅎ 

그리고 이렇게 적고 모으고 버리고 할 시간에 차라리 OCR을 넣어서 앱을 하나 만들든 있는 걸 찾아 쓰든 할 것을... 아냐, 그래도 데이터를 기록하는 시간은 어쩐지 회상도 가능하고 재밌는 부분도 많으니 만족! 오늘의 기록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