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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차연비] 프리우스v 연비 분석

play with data

가성비와 환경, 환경을 생각하는 것만 같은 도회적인 이미지를 중시(...)하는 필자는 지난해 9월 인생 두 번째 차로 도요타 프리우스 V모델을 구입했다. 첫 번째 차던 아반떼md gdi(2011년식)는 리터당 8km의 믿을 수 없는 실연비를 자랑하며 내게 주유비 폭탄을 안겨준 바 있다. (네이버 검색하면 2015년형의 경우 14.0~18.5km/l라고 나온다. 4년 만에 연비가 엄청 좋아졌나보다...) 

결혼도 했겠다, 마침 장거리를 뛸 일도 늘었고, 해서 기름값을 아끼겠다는 일념 하에 무려 4000만원에 이르는 이 차량을 사게 된 것. (물론 도요타 차량에 대한(기업 말고 차량!!) 신뢰도 좀 있었다. 미국에서 리콜사태로 호되게 까였으니 좀 나아졌겠지 싶은...) 그렇다면 과연 차값을 상쇄할 만큼 주유비를 아낄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오"일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동안 연비를 체크해 실질적으로 아낀 비용을 검토해 봤다. 


왜 프리우스V 모델인가?

차를 사려고 마음먹던 지난해 9월로 말할 것 같으면, 1)2016년부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없어질 거란 말이 있었고(실제론 여전히 남아있다) 2)2016년에 프리우스 전 차종이 풀체인지 된다는 말이 있었다. 단, V모델만 제외하고. V모델로 말할 것 같으면, 소형SUV 스타일로 나온 프리우스 모델로, 한국에는 2015년 초에 들어왔다. 2016 프리우스 4세대(일명 '피리우스') 풀체인지에서 빠졌기 때문에, 현재 돌아다니는 V차량은 모두 지난해 나온 것과 같다. E모델과 비교할 때 차량 내부나 트렁크 등이 훨씬 크지만, 그만큼 연비는 덜 나온다. 차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디자인을 따진다면 왜건 스타일이라고 한단다. 가격은 당시 프리우스 E모델의 가장 기본형이 330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략 500~600만원 정도 더 비쌌다. 공인연비는 17.4km/l 로, 프리우스 3세대 모델보다도 3km/l 정도 적게 나온다-고 한다.


연비 기록을 어떻게 했느냐 하면,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영수증 받으면 그 위에 계기판에 찍힌 km거리를 기록해 뒀다. 영수증을 모두 모은 뒤에 csv 파일로 정리했고, 항목은 날짜, 누적주행거리 km, 연비((누적-이전누적)/이번에 넣은 기름량) 등으로 구분했다. 참고로 프리우스 계기판에 찍히는 연비는 L/km 형태로 기록돼 평소 운전할 때 대개 4~6L/km 정도로 나타난다. 즉, 평소 관찰한 내차 연비는 20km 안팎인 셈. 


계기판이 나를 속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 건 사실 지난 2월쯤이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다가 연비를 계산했는데, 17km/l 정도가 나온 것이다. 의심 많은 필자는 (마침 정기검사기간도 됐고 해서) 도요타 센터로 달려갔고, "겨울에는 원래 연비가 좀 떨어짐"이라는 답변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봄이 오기를 기다렸고, 여름까지 영수증을 모았다. 


일단 필자의 운전 스타일로 말할 것 같으면, (신랑도 종종 몰지만 본인이 주로 쓰고 있다) 아반떼 몰던 시절처럼 모는 경향이 없지 않고(좋게 말해 드라이빙을 좀 즐긴달까.. 물론 민폐끼치지 않는 선에서), 그래도 연비운전을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다만, 주로 이용하는 도로가 고속도로다. 당연히 도심연비에 비해 떨어지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견지하시길. 운행 거리가 상당히 멀다. 집과 연구실의 거리가 편도 110km다. 여행도 자주 다닌다. 9개월 만에 2만5000km를 주파했고, 지금까지 모두 47번 주유를 했다. 주유비는 정확히 180만원 들었다. 한 번 넣을 때 30리터 정도 들어가고, 대개 40000원이면 꽉 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아래 표를 보시라. 


맨 아래 x축은 날짜고... 위 x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된다. 대략 12월, 1월에 연비가 좀 낮았던 것 같고, 봄에는 다소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프는 타블로(Tableau)의 힘...)

평균 연비를 계산해보면 18.4281km/l 로 나온다. 하지만 봄 이후(즉 3월 10일 이후) 연비는 19.389km/l로 다소 오른다. (1km/l가 올랐으면 꽤 오른 것인가. 음, 비교적 많이 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로 어찌보면, 나는 프리우스v 공인연비라고 나와있는 17km/l 대보다 비교적 더 잘 타고 있는 셈이다. (실제 기자들이 시승했을 당시 공인연비보다 잘 나온다는 코멘트가 상당수 실렸다) 하지만, 내가 평소 관찰하던 것과 비교하면 좀 덜 나오는 기분은 든다. 계기판이 날 속이려 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계기판의 수치는 말그대로 '운전습관 교정용' 내지는 참고용으로 살피고, 실제 연비는 기록과 분석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옳을 듯. 더불어 내가 프리우스를 구입했을 당시 "주유소에 들렀던 게 언제인지를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보다는 내가 기억력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자주 가는 것인지, 휘발유 냄새는 종종 맡는 것 같다. 대충 봐도 한 달에 너댓번은 주유를 한다. 아마, 기름통이 그만큼 작아서 그런 것일지도. 


시승감에 대해 기대하셨다면,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해야겠다. 일단 운전하는 입장에선 차가 좀 덜 나간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물론 파워모드도 있고, 에코-전기모드도 있으니 선택해 운행할 수도 있지만 평소 달릴 때 아반떼만큼 팍팍 나가지는 않는다. (장점일 것이다) 가속이 조금 더딘 느낌이 들기 때문에, 독일차 좋아하는 분들은 답답해 하실 법도. 더불어 내 차가 네 등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클락션을 톡 두드려야만 한다는 점... 그만큼 차가 굉장히 조용하다. 몇몇 독일 차량은 신호 대기할 때 아예 부르릉 하면서 시동이 꺼지지만, 이 차는 그냥 조용해 진다. 도요타의 기술이라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속할 때 비행기 뜨는 것 같은 퓨우우웅 하는 소리(ㅋㅋ)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차다. 배터리 무상보증 기간이 10년이고, 나는 이 차를 오래 탈 것 같으며, 현재까진 연비가 크게 떨어지거나 하는 일이 덜 한 것 같다. 물론 저 그래프상 2월 어느 시점에서 팍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저건 분명 내 잘못일 것이다. (이런 무한한 믿음같으니...)



<?> 글을 끝맺기에 앞서, 그렇다면 차값을 상쇄할만큼 연료비를 아끼게 될까? 단순계산을 해봤다.

아반떼 차량 구입비용이 대략 1800만원 정도였고, 프리우스는 3800만원쯤 주고 샀다. 차값 차이는 2000만원 정도. 

같은 거리를 달렸을 경우, 유가가 같다고 가정할 때 아반떼 차량의 동기간 유류비는. 

2만5000km를 달렸다고 하고, 연비를 8km/리터 라고 할 때 총 3125리터를 썼을 것이다. (프v는 1324.018리터 씀) 동기간 평균 유가가 1367.87원이니, 셈하면 427만4593원이 들었을 것이다. 8개월 간 약 247만원을 덜 썼다. 이대로 5년 정도 더 쓰면... 유가가 폭삭 주저앉지 않는 이상 뽑을 수 있을 듯도... 

사실 아반떼를 3년쯤 쓰면서 잔고장 한 번 난 적이 없었고, 프리우스 또한 마찬가지다. 수리를 할 일이 생긴다면, 당연히 프리우스가 좀 더 나올 테고, 보험료 또한 개인적으로 한 80만원 정도(...) 오른 것 같다. 이런저런 차량 유지비를 생각하면, 그리 돈을 아끼지 못한 기분. 만일 서울시내에서만 굴린다면, 친환경차라는 이유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이를테면 공영주차장 요금 50% 할인이랄지, 남산터널 통과시 80% 감면이랄지) 잔돈을 덜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방(특히 세베리아)에서는 그럴 일이 많지 않다. 흑. 

고로, 연료비는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보험료나 기타 수리비(아반떼도 나중엔 잔고장이 잦겠지) 등을 생각하면, 뭐라 확언하기 쉽지 않겠지만! 많이 탈 수록 이득인 건 내가 보기엔 거의 확실해 보인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