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을 만들고 싶었다
play with data21년 세베리아 블로그에 뜸해지고, 갑자기 한 벤처캐피털 하우스에 입사하게 되면서 무척 '오피셜한' 삶을 살았다.
그렇게 3년째를 꼬박 지새우던 어느 날, VC 와서 알게 된 대표님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절친한 대표님이 비밀 사조직 같아 보이지만 사실 밖으로 엄청 알려져 있는 한 커뮤니티를 소개했다. 그런데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하이-아웃풋-클럽 이란다.
자, 이 소개가 어떻게 나에게 콕 집혔는지 세 줄 요약 들어간다.
1. 내가 입사한 하우스가 새로이 팀빌딩을 하면서 시스템 구축 시간을 다소 오래 갖게 됐고, 여기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팔로우온 투자(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추가 투자) 외에는 신규 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 아웃풋에 대한 목마름
2. 레거시 미디어에서 일하고 레거시인 학계에서 글을 썼던 지라 새로운 콘텐츠 문법을 도무지 모르겠다. ➡️ 콘텐츠 개발에 대한 목마름
3. 나의 아웃풋(주로 글)이 언론과 출판사와 학계(저널)를 거치다보니 직접적인 수요자들과의 접점을 찾을 수가 없다. ➡️ 독자(데이터) 접점에 대한 목마름
이 세 가지를 충족할 수 있다는 말에 홀랑 빠져들어 결제 들어갔다. 4주 과정 딱 지나자마자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겼느냐하면:
총 25개의 게시물을 만들었고, 2890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팔로워는 45명이지만 내 콘텐츠를 마주친 계정의 수는 1243개다. 릴스를 (각잡고) 처음 만들어봤고, 정보성 계정이라는 것을 빌드해 봤으며(SNS는 그간 나에게 일기장에 불과했었다), 포스팅의 형식이라는 것을 고민해봤고, 레거시의 방법론(시의성이랄까)을 활용해보기도 했다(생각보다 통함). 독자의 마음을 고민했고, 매일매일 콘텐츠를 쌓았으며, 곳곳에서 피드백을 받고, 레퍼런스라는 걸 참고해보기도 했다. 와, 나 엄청 컸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 가장 나에게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내가 잘 하는 거 내가 실컷 드러내고 보여주고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것의 가치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지지한다는 것. 이것까지 궁금해하겠어? 싶은 것도 돌이켜보게 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나에겐 일종의 충격이었고, 전환점이었다.
살면서 나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고민의 순간마다 항상 귀인들이 있어주었기에 그 운도 잘 써먹을 수 있었다고 나는 장담한다.
한참 일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할 때는 프로그래밍(당시엔 루비를 배웠다 ㅎㅎ)을 함께 해 주던 동료들이 있었다. 그 덕에 기자 일을 내려두고 공대에 진학해 학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대학원에 다니다보면 당연히 주눅드는 일이 켜켜이 쌓이지 않겠나. 내가 뭐 전문가일리도 없는데 - 라는 생각으로 세상 겸손하던 시절, 미디어 선배들이 선뜻 온라인 지면을 내어주며, 잡지의 한 코너를 내어주며 글을 써보라 했다. 제가 되겠느냐고 물었던 그 시절에, 선배들은 뭐 그런 소릴 하느냐며 빨랑 원고나 내 놓으라고 했다. 그 힘이 나에게 VC로 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며 나를 쌓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지금, 새로운 문법으로 새로이 나를 활용하는 이 순간도, 어느 날 돌이켜보면 '운을 참 잘 써먹을 수 있던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이아웃풋클럽을 함께 하는 18기 동기들과 매니저분들의 격려와 도움과 코칭과 뼈때리는 조언(아얏!) 덕분에 정말로 나는 귀인들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 엄마보다 더 자주 만나는(ㅋㅋ) 동료들 덕분에 하루도 허투루 지나지 않게 됐다. 다들 정말 열심히, 진심으로 산다. 나만 바쁘다 바쁘다 엄살 부리던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덕에 요즘 나는 내가 만든 콘텐츠가 만드는 데이터와의 접점을 경험하며, 사실은 내가 가진 역량과 더 쌓아갈 수 있는 지점들을 더듬어 접점을 찾는, 그런 하루들을 켜켜이 쌓고 있다. 그리고 그 무엇도, 내가 혼자서 해낸 것이 아니다. 진지한 동료들과 만든 그 접점이, 나는 진심으로 너무나도 좋다.
아참, 그래서 나의 그 인스타그램 계정은! @startup__pan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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